
⌨️ 개요
회사의 환경이 어찌 되었든 개발자로서 첫 실무를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직장이다.
그러나 만약 거기서 안주하고 잘못 물려있었다면 딱 거기까지였을 것 같다.
[개발자로서의 첫 직장]
개발자로서 첫 발을 내딛고 나서 "이렇게도 개발 회사가 굴러가는구나"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.
생각보다 프로젝트는 꼼꼼하지 않았고, 그럼에도 어찌저찌 굴러가는 환경이었다.
그 안에서 일하며 사용자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해 주고 싶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여러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.
[이직을 결심하게 된 솔직한 계기]
버티는 것과 정체되는 것 사이에서 2년 차에 마주한 연봉 동결,
필수적인 개발 툴조차 주지 않는 지원 부재, 체계 없는 일 처리 방식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.
무엇보다 개발자로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, 누군가의 불만 사항을 쳐내는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업무들이 반복되었다.
소프트웨어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극도로 보수적인 회사를 보면서,
여기서 무작정 버티는 것은 결국 정체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.
개발자로서 느낀 결핍 매일 똑같은 레거시 코드를 보며 출퇴근할 때,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갈증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.
내가 느낀 결핍은 단순히 남들이 쓰는 최신 기술이 부럽다거나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아니었다.
어떤 기술을 쓰든 간에 유의미한 가치를 세상에 제공하고 있고,
대중이나 매체, 혹은 국가를 통해서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다른 테크 기업들의 환경이 부러웠다.
일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두고 싶지 않았다.
개발을 통해 좀 더 유의미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다.
[2년 동안 부딪히며 배우고 느낀 것들]
이러니하게도 환경이 전혀 받쳐주지 않는 곳이었기에, 백엔드 단에서 모니터링이나 관측 가능성(Observability)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.
이 작은 회사에서도 에러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 운영 공수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불어나는데,
더 큰 데이터를 다루는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이라면 얼마나 일이 많아지겠는가.
단순히 기능 구현을 하고 코딩을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,
근거를 가지고 시스템을 바라보며 비용 관점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야를 갖추게 되었다.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엔지니어로서의 거친 야성을 제대로 키운 셈이다.
침몰하는 배 같았던 환경이었지만, 동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.
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흔쾌히 같이 공부를 하기로 결정해 준 동료,
그리고 내가 너무 혼자 앞서나갈 때도 호기심을 가지고 기꺼이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.
퇴사를 앞두고 보니, 그들과 더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고 더 많이 알려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복잡하게 남는다.
[새로운 직장과 목표]
새 직장의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,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쌓여있던 고생과 갈증이 사르르 녹아내렸다.
내가 지난 2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전해 온 시간들이 누군가에게 유의미하게 인정받았다는 점, 내 노력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한 것 같아 정말 뿌듯했다.
첫 직장에서의 씁쓸함과 배움을 안고 이제 새로운 도약선에 선다.
새로운 회사에서도 나는 여전히 "개발자로서 어떤 진짜 가치를 줄 수 있는가"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.
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꾸준히 학습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며,
그 끝에서는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모습의 엔지니어가 되어있길 바란다.